“집은 물건이 아니다. 집이 지어졌을 때 완성되는 게 아니라, 생활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집은 손을 볼수록 빛이 나는 것이다. 집은 조금 불편한 편이 좋다. 집은 자신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집은 환경의 일부다. 집은 인간의 생활과 삶의 방식을 비추는 거울이다.” - 쓰나가루즈(2015), 『착한 집에 살다』 中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표지
집을 짓는 목적에 따라, 집터의 위치와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집터를 찾기 전에 왜 집을 지어야하는지 잘 정리해야 된다. 『월든』(Walden, of Life in the Woods)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지었다. 2년 2개월 2일동안 숲속 호숫가를 사상의 거처로 삼아 최소한의 삶을 꾸렸다. 숲과 호수가 있는 아주 작은 쉘터가 그에게는 최상의 터전이듯, 자기에게 맞는 살림살이를 먼저 구상해야 한다. 물론 이 집은 자발적 은둔의 삶의 형식을 담은 임시 거처였다. 집을 짓는 목적에 따라 위치와 규모, 형식과 형태가 달라진다.
삶의 터인 대지를 선정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관심이 매우 높은 작업이라는 것에 틀림없다. 서유구의 집을 지을 터를 찾는 방법을 담은 『상택지(相宅志)』는 이렇게 설명한다. 글자 그대로 ‘상(相)’은 살펴본다, ‘택(宅)’은 집으로, 두 단어를 합치면 ‘집 터를 살펴 고른다.’가 된다. 산 사람의 삶터를 고르는 행위를 양택(陽宅)이라고 했다. 양택에서는 집터를 볼때 좌향을 본다고 한다. ‘좌(坐)’라는 것은 집이 있는 자리를 말하고, ‘향(向)’은 집이 어떤 방향을 보고 있는지를 말한는 것이다.
괴산 한살림마을 조합장 댁 사진제공: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조선시대 영조 27년에 이중환이 저술한 인문 지리서 『택리지(擇里志)』는 조선인들의 높은 관심은 ‘살기 좋은 땅은 어디인가’에서 비롯한다고 한다. 택리지는 지리, 생리, 인심, 산수가 잘 조화된 곳을 좋은 집터라 말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의 관심사와 맞닿아 있다.
이렇듯 집짓기의 시작은 집터, 대지를 선정하는 ‘상택(相宅)’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옛사람들의 집터 고르기와 현재의 집터 고르기는 많이 달라졌다. 서로 대지 간의 소유 관계와 체계적인 법질서 안에서 이루어지며 더 복잡해졌다. 그래서 잘생긴, 꼭 마음에 드는 대지라도 내 터전이 되기까지는 많은 조사가 뒤따른다. 우선 가격이겠지만, 그 이전에 알아봐야 할 많은 스토리가 ‘스무고개 놀이’ 하듯 내재해 있다. 특히 집을 지을 수 있는지 관련 법을 전문가에게 의뢰해 수수께끼 하듯 분석해야 한다. 건축, 토지, 도로, 측량, 토목 등 관련 분야가 함께 협업해 살펴보아야 한다.
동다헌 리모델링 사진제공: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동다헌 리모델링 사진제공: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인문적 조건과 물리적 조건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입지 조건, 대지의 특성과 건축주의 현재 라이프스타일, 변화할 라이프 사이클을 예상해 알맞은 터를 고른다. 물론 쉽지 않다. 앞으로 거주할 사람이 가장 쾌적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선정하기 위한 몇 가지 프로세스가 있다. 무엇보다도 기본적으로 건축법규에 알맞아야 하지만, 환경을 함께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집터와 함께 인근 녹지, 공원, 강, 길 등 전체적인 주변 환경과 토지 특성, 지역 기후조건 등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해야 한다.
위의 내용으로 대지를 선정할 때 고려할 사항 몇 가지를 요약해 본다.
▶ 대지의 첫 인상과 주변 살펴보기
- 대지의 생김새 잘 파악하기
- 대지의 마음과 표정을 살펴보기
- 대지의 내력 알아보기
- 대지의 품격과 성향을 이해하기
- 대지의 이웃 인심과 풍경 살펴보기
▶ 대지의 물리적 조건 분석: 안정성 및 안전성
- 지형, 도로, 기반 시설, 가로∙세로 폭, 접근성
- 방위, 조망권, 추후 주변 건축환경 변화 예측하기
- 자연물 조사 및 이용 계획 수립
- 인근 위해 시설 여부
▶ 대지의 인문적 환경 분석
- 땅과 마을의 역사
- 마을의 생성과정 스토리텔링 만들기
- 지진, 홍수, 화재, 집단 질병 등 내역
- 이야기 구성의 시작
▶ 법규 분석
- 지역지구, 지구단위계획, 도시계획관계
- 대지 면적, 건폐율, 용적률
- 대지 후퇴선, 일조권 분석
- 도로 제 관련
- 전기, 가스, 상하수도, 정화조 관련시설의 설비문제
- 대지 소유자 및 등기관계 확인
▶ 마을의 쾌적성 및 커뮤니티 형성
- 주변 시설 분석
- 주변 자연환경, 산책길, 공원 및 운동 여건
▶ 마을 인문학적 이력 분석
- 연령별 구성비와 모임 조사
- 프라이버시와 커뮤니티 생활의 조화성
- 마을의 역사성 찾아보기
- 마을의 행사 및 명절 관례
화악리 주택 사진제공: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집을 지을 좋은 땅, 자신에게 알맞은 대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부동산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면, 비싼 대지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옛 사람들의 양택 조건이나 현재 본인이 원하는 조건에 알맞은 대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적당한 대지를 선정하고 그 대지가 지니고 있는 불리한 조건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설계과정에서 극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설계과정을 거치며 개성 있는 풍부한 스토리를 담고, 설계기법과 기술적 공법으로 핸디캡을 극복한다면 더 경제적이고 기억에 남는 나만의 스토리-테크Story-Tech에 의한 집짓기가 될 것이다.
소위 싼 땅, 핸디캡을 가진 대지를 창의적 분석으로 설계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해답을 도출한다면 경제적 집짓기와 함께 스토리를 지닌 거주하기를 할 수 있다. 주어진 대지 조건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좋은 디자인이 완성될 수 있다. 설계과정에서 주어진 조건을 조사하고 분석을 한다. 이를 설계에 반영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대지분석Site Analysis의 과정을 거친다. 대지와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대지의 첫인상이 좋다면 이야기를 걸어볼 만 하지 않을까? 마음에 겉으로 드러나는 생김새와 품격은 마음에 드는데, 소위 ‘대지垈地’로서의 잠재력과 가치, 법 테두리 안에서의 조건을 조사하고 분석해 보는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
4. 쓸 만한 집터를 위한 대지 분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