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크(Story Tech)가 짓는 집

이윤하·11개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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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테크(Story Tech)가 짓는 집

내일의 내 꿈, 집을 내 손으로 2편

이윤하

건축사사무소 노둣돌의 '세진당' 사진제공: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내일의 집은 어떤 집이어야 할까? 항상 저널에 소개되는 집을 만날 때, 속칭 ‘사진빨’ 건축이라는 대중 눈속임에 매우 익숙하다. 잘 생긴, 잘 생겨서 비슷한 연예인 모델 광고가 대중매체를 점령한 것과 유사하다. 몇 초 동안에 중독성이 강한 '주목'을 요구하는 순식간의 매료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사진빨 건축은 오히려 심심하고 싫증 나는 주기가 매우 짧다. 숏폼 건축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는 집에 이야기를 심어 주자. 그리하여 이야기와 새로운 건축기술이 만나서 건축을 한다.


내일의 집은 스토리와 테크놀로지가 결합(Story Tech)한 집 짓기가 주제가 된다. 얼마 전에 나온 책인 『스토리 테크 전쟁』을 읽으면서 필자의 ’이야기로 만드는 건축‘이라는 주제와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기술과 데이터가 촉발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거대한 진화‘라는 부제에서 진화하는 건축 기술에 스토리 콘텐츠를 결합하는 방식의 건축을 말했다. 



‘이야기’가 하나의 장르가 되어 문화예술 전반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시대다. 인문학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과학과 공학, 비즈니스 영역을 지배하는 형국이다. 이런 측면에서 집은 이야기를 짓는 과정의 산물이며 집이 소멸 될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된다. 집은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그 스토리를 공간화하고 구축하고 외피를 입히는 전 과정이 ‘이야기’다. 이를테면 인문학적 집 짓기. 이 과정 속 건축화된 실제 건물은 노동과 기술이라는 또 다른 이야기가 완성해 준다.


이야기를 만들자. 대지를 사고, 집에 대한 꿈을 꾸며 설계를 하고, 시공 과정에서 집을 공간화하며 자라나는 과정에 사람이 있고, 그 속에서 사연이 자라난다. 대지라는 땅, 집의 구성원, 이웃 관계, 그리고 건축가가 함께 얽히고설킨 채로 이야기를 만든다. 집을 지으며 이야기의 구조를 따라 콘셉트 Concept를 만들고 시놉시스 Synopses를 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집 짓기 이야기가 생성된다.


시놉시스는 설계에 앞서 작품의 의도와 계획 방향, 공간구성, 배치 의도 등의 줄거리를 서술하는 글이다. 주택 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기획 배경, 콘셉트와 주제, 설계의도, 줄거리, 결말, 공간요소 등을 구상하는 것이다. 설계과정이 시나리오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면, 시놉시스는 단순·명료성이 필요한 축약된 글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건축사사무소 노둣돌의 '비웅사' 사진제공: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다음으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집에 대한 아이디어나 핵심적인 생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키워드를 흔히 콘셉트라 사용하고 있다. 우리 인간에게도 개념이 있듯이 집에도 필요하다. 콘셉트가 중요한 이유는 건축디자인 분야처럼 창의적인 프로젝트나 제품 개발 과정에서 방향성을 정하는 중요한 키워드기 때문이다. 생각의 과정에서 결집한 아이디어나 철학적 수사를 나타내는 토대인 것. 어원은 라틴어 ‘conceptum'에서 유래 되었고 ‘생각하다’, ‘고안하다’라는 의미의 ‘concipere'에서 파생됐다.


집에 대한 스토리는 건축가와 건축주의 공감에서 비롯되어 건축 도면에 서술된다. 시놉시스를 구성하기 위한 과정은 집짓기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메시지를 제시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철학을 품는 역할을 한다. 콘셉트를 통해 집의 건축설계 과정의 줄거리를 구성하게 된다. 요즘은 집이 서른 살만 지나도 허물어 버리고 다시 지을 생각을 한다. 이 시대의 건축에서 이야기는 지워지거나 잊혀 버렸다. 인공적인 집의 심장에 마음의 풍경을 들여놓을 수는 없을까? 기억하는 집, 향수 노스탤지어 nostalgia를 그리는 건축의 수명은 무한하다. 공간을 서사적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이 집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설계과정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집에 이야기를 심어놓거나 새겨놓지 않아도 이야기는 만들어지고, 쌓여 시간의 적층에서 기억이라는 형식으로 저장된다. 위의 책 ‘스토리 테크 전쟁’의 앞부분을 인용하면, ‘스토리 story’의 어원은 ‘벽에 써놓은 이야기’라는 라틴어 ‘스토레이 storey'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고대 로마인은 중대한 소식을 벽에 써 놓았고, 중세 유럽인은 건물 층마다 또는 마룻바닥에 그림을 그리거나 전설을 새겨 놓았다. ’story'가 건물의 ‘층’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이유다. ‘호모 나랜스 Homo Narrans'는 ’이야기하는 인간‘이다. 인간이 이 우주 속 한 켠에 지어놓은 집이야말로 수많은 이야기로 채워져 그 높이와 폭에 따라 수간의 프리즘을 통해 콘텐츠가 생성된다. 이야기하는 집은 스토리텔링이 도면 위에서 공간화되고, 노동과 기술을 통해 구축되고 건축된다.


건축사사무소 노둣돌의 '오르막집' 사진제공: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여기에 새로운 집 짓기 환경이 요구하는 테크놀로지 technology가 만난다. 내일의 건축은 구축하는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 기술과 만나서 혁신적인 건축으로 진화되고 있다. 건축물에 성능 efficiency이라는 기술이 결합되어 효율성을 장착한 집 짓기로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고를 때에도 에너지효율등급, 연비와 같은 효율성을 보는데 몇 배나 예산이 많이 드는 집을 지을 때는 조금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건축물과 기술이 만나 에너지 소비처에서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사회 개발에 맞춰서 새로운 건축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결합하고 있다. 이에 효율성, 안전성, 친환경성을 향상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건축물의 디자인을 선도하고 있다. 그리고 건강한 집 짓기와 거주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능의 기술과 자연적 설계기법을 결합하는 것이다. 실외공간의 쾌적성을 향상하기 위한 디자인이나 실내생활에서 요구되는 신선한 공기 질 향상을 위한 여러 기술을 포함한다.


스토리 테크 건축 방법론을 적용하여 설계중인 파주 공동체마을 모형. 사진제공: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내일의 집에 스토리-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 집의 설계 환경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멋있는 집을 보여주기 위한 형태 디자인에서 벗어나 성능 좋은 집, 가성비 좋은 집의 요구가 증대되고, 쾌적성과 효율성으로 실용적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위기에서 주거환경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집의 등장이다.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한 재료 선정과 디자인 기법, 주택에 적용이 가능한 친환경 요소기술의 적정기술이 만나는 건강한 집에 대한 요구인 것이다.


둘째, 진화하는 기술을 집에 적용하여 사용하고 관리한다. 집이라는 인공적 건축물을 지능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새로운 기술 환경과 결합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물인터넷 loT를 활용해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축적된 데이터는 건물 최적화 관리 및 거주환경 조건을 조절한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과 건축물을 일체형으로 결합하고, 지능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적용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한다. 기후변화 위기에 선도적으로 생애 주기 환경영향 최소화 설계를 하는 것이다. 또한,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을 통한 디자인과 시뮬레이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건축물 관리하고 자동화 보안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 또는 모듈러 건축과 3D프린팅 건축 기술의 진화 환경을 적절히 수용해 빠르게 기술결합형 건축, 스토리 테크 건축으로 이끌 수 있다.


정리하자면 스토리-테크는 이야기를 품은 집에서 현대적 기술을 결합한 집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집은 사람이 거주하는 삶의 공간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적정함이 중요하다. 내가 사는 집이 사람의 생애 주기와 집의 생애 주기의 순환을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 적정성이란 알맞음을 찾는 것이고 경제성이 수반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든 집’이란 말이 있다. 희로애락을 함께하면서 집과 함께 삶을 영위하고자 이야기를 심고 간직할 수 있다면, 내일의 정든 집으로 기억할 수 있는 집 짓기라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이어지는 기사

1. 연재를 시작하며

2. 스토리 테크(Story-tech)가 짓는 집

3. 땅과 집이 만나는 시간

4. 쓸 만한 집터를 위한 대지 분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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