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내 꿈, 집을 내 손으로

이윤하·14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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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내 꿈, 집을 내 손으로

1. 연재를 시작하며

이윤하

집은 대지에 정착해 있다. 그러나 집은 사람이 머무는 동안은 인간의 동선과 이어지므로 걸어 나와서 대지 위를 스스로 걸어 다닌다. 그 동선은 마실 나가고 집을 짓는 땅, 대지는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지층 위에 존재한다. 내 땅은 마을로 이어지고 이웃한 인심과 연결되어 비로소 풍경을 만든다. 

 

살림집 한 채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 한 채를 소유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집 한 채가 오롯이 삶의 원천이며 사상의 거처이기 때문이다. 집안에는 삶의 규모와 살림살이의 미래 설계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집을 설계할 때는 집짓기와 거주하기의 종합적 과정에 대한 사유가 동반된다.

 

집은 내부적으로는 그 가족 구성원의 삶의 방식을 분리하거나 통합하기도 하며 현시점에서 미래의 시간을 포함하기도 하고, 외부적으로는 그 가족의 세계관과 성격이 표출된다. 이렇게 가족사적으로 소중한 작업이므로 소홀히 할 수 없으며 평생 한두 번밖에 갖지 못하는 기회이므로 여건이 허락하는 한 온 힘을 다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집짓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건축 관계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밤하늘 별 하니만큼 아득한 거리감과 초조함이 집을 갖는다는 설렘과 함께 교차되리라 생각된다.

 

우선 집을 짓겠다고 결심했으면 무엇보다도 집과 친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잠재 속에 어떤 집이 웅크리고 있는지? 땅은 어떤 집을 지어달라고 속삭이는지, 열심히 귀 기울여야 한다. 집에 대한 소유의식보다 자식을 낳듯 집을 짓고, 자식을 키우듯 집을 가꾸면서 집이 가족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집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낯섦이 사라질 것이다.

 


용천리 주택 –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이 연재는 집을 짓는 순서대로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먼저 기본 구조는 집의 건축 공학적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집 짓는 순서대로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내일의 집, 내일의 건축’에 필자의 생각을 담아서 인문학적 이야기를 덧입혀서 시나리오를 짜듯이 얼개를 구성할 예정이다. 건축 기술·공학적 씨줄에 인간의 서사적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날줄로 엮어나갈 것이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기본 구조는 집을 짓는 일반적 프로세스로 이해하면 된다. 집을 짓는 과정을 살펴보면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경제적 규모를 정하고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는 기획 단계, 건축사 등의 설계자와 협조하거나 의뢰해서 설계 도면을 완성해 가는 설계 단계, 공사를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시공 단계, 완공된 집에 입주 전후에 하자를 점검하고 보수 관리하는 유지관리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분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집을 직접 가족들의 손으로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조력자로서, 대행자로서의 계약자(Partnership)가 필요하다. 잘못된 계약 관계에 의해 지어지는 집은 자칫 부실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산상의 손해를 가져오므로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는 건축에 대한 기본 식견과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만 집을 짓는 재미와 더불어 더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

 

단계마다 세부적 사항들로 다시 나뉘지만 단계별로 건축주, 건축가와 교감, 시공자 간의 상호 소통 체계가 항상 열려 있어야 하며, 협조 관계가 지속하여야만 원만하게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그리고 ‘내일의 집’에 대한 이야기의 바탕은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비롯한다. 집에 대한 생각을 생각하기, 스토리와 테크놀로지, 생태와 친환경, 기후대응 건축 등을 키워드로 펼쳐 보일 예정이다. 가족사의 스토리를 구조화하는 작업이다. 집이란 공간에는 시간이라는 일방향성 흐름이 지나가고 인간의 동선이 켜켜이 중첩되어 장소성을 만든다.

 


 

그 장소에서 생성되는 희로애락의 기억이 켜를 만들고 응축된 자리에 깊은 주름이 생성될 것이다. 그곳에서 가족만의 애틋함이 집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 또 다른 노스탤지어의 장소성이 획득되는 것이다. ‘내일의 집’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이 풀어낼 수 있겠다.

 

첫째는 집을 설계하는 과정은 시간의 정리와 압축의 작업이다. 전자부품의 콘덴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집은 주인을 닮는다. 집을 짓는다는 의미 중에 으뜸은 그 동안 살아왔던 궤적과 축적을 반추하고 응축하는 과정이다. 꿈꾸기와 버림의 지난한 과정이다. 삶이 하니만큼 짓도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그리면서 가변성에 대응하는 것이다.

 

둘째는 내러티브를 장착하는 과정이다. 사람과 공간 그리고 자연이 대지 위에서 흐르는 시간을 맞이하여 함께 이야기를 만들기에 집은 기억의 저장고인 장소이다. 이 엄청난 우주 안에 작은 한켠의 대지를 점유하고 그 땅 위에서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자기만의 이야기로 자라고 잠재되어 집의 역사를 만든다. 그 침잠의 내러티브가 있는 집이다.

 

마지막으로 집에 대한 공학적 기술인 기후 테크놀로지가 시대를 만나서 새로운 사회적 변주가 시작된다. 인간이 주변 변화에 대응하며 삶을 영위하듯이, 집도 시대적 사회적 지구적 상황변화에 맞추어 변화하면서 지어진다. 인간이 짓고 살아가지만, 현대 기술을 접목한 집은 스스로 제어하고 전이 과정을 겪으면서 작동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흐름은 내일의 집에 대한 새로운 스토리-테크(story-tech)가 있는 집을 짓는 목표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래지향적 건축 기술과 기후대응 전략기술, 집의 쾌적성, 효율성과 기술성능의 향상을 기술공학적 차원에서 소개하면서 집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고자 내러티브 형식의 인문적 서사구조가 있는 집이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잇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에 의해서 ‘내일의 건축’과 만날 예정이다.


이어지는 기사

1. 연재를 시작하며

2. 스토리-테크 (Story Tech)가 짓는 집

3. 땅과 집이 만나는 시간

4. 쓸 만한 집터를 위한 대지 분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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