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선다다 트렌드랩는 50여 개의 브랜드를 만들고, 다양한 지역을 꾸려온 집단이다. 서울에 있지만,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던 익선동을 시작으로 대전 소제동, 신당동까지 저평가되어 있던 지역을 콘텐츠로 채웠다. 그들은 공간을 채웠던 오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콘텐츠를 찾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각기 다른 이야기와 음식, 소비할 콘텐츠를 품은 공간들은 가볍고 유연하다. 변하지 않는 건축이 아닌 시대에 필요한 콘텐츠가 담긴 공간을 시나리오처럼 써내려 간다. 다음 단계로 AI가 바꾸는 지속가능한 공간을 이야기하는 익선다다 트렌드랩의 박지현 대표와 만나 그동안의 작업들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앞선 기사에서 콘텐츠로 바라본 공간과 AI로 달라질 공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공간의 개연성과 다음 단계로 선보일 친환경 모듈 건축 이야기를 공유한다.

Q. 브랜딩과 공간을 연결하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브랜딩에 ‘개연성’이 없는 것들은 진행하기 어려워요. 건축이나 브랜딩이나 맥락적으로 마찬가지일 거 같아요. 브랜드 스토리를 풀면서 키워드를 뽑았을 때, 누구나 ESG, 친환경을 얘기하니까 ESG 넣어야 하는 게 아니라, ESG가 이 지역에 콘텐츠에서 왜 필요한지 개연점을 만들지 않으면 안돼요. 그저 ‘소금빵이 대세래, 소금빵 팔자!’ 이거는 아닌 거죠. 안해보기도 했고요. 개연성을 반드시 가져가야 해요.
Q. 개연성은 공간에 어느 깊이로 들어오나요? 정말 세세하게, 손잡이, 타일 하나까지 들어갈 수도, 중간에서 타협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다 풀 때도, 일부일 때도 있죠. 냅킨 하나, 포크, 나이프 커트러리까지 다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베스킨라빈스 티슈가 파란색인 건 안 어울리잖아요. 곡식 창고라는 콘셉트를 가진 공간인데 커트러리가 유럽풍이면 말이 안 되듯이요. 어떤 이야기에서 연결점을 가져올 수 있을지, 어떻게 보여주는 게 맞을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풀어가고 있어요.

부산 '고니즈'의 굿즈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신당동 '파파라멘' 전경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신당동 '파파라멘' 내부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Q. 사용자가 직접 느끼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네요.
최근에 지브리 테마파크를 출산 여행으로 갔어요. 워낙 어릴 때부터 지브리를 좋아하기도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너무 행복한 거예요. (웃음) 밖과는 다른 완전한 지브리 세상에 몰입할 수 있는 거죠. 어떤 공간에 왔을 때 그렇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연출해 놓은 취향이 담긴 공간, 이야기가 담긴 공간에 왔을 때 그런 힘이 있어야 해요. 단순히 성수동 스타일, 어디 스타일은 잠깐의 시대를 대변하는 거지, 장기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Q. 작업 이야기가 꽤 즐거울 것 같아요. (웃음) 다음으로 모듈러와 친환경 얘기하셨어요. 기존 프로젝트들과 다른 결이에요.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 했던 건, 저희는 개발비가 많지 않은 집단이고, 경험이 많은 집단도 아니어서 시도할 수 있었던 거예요. 지금은 이게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서 주택이나 공장을 고쳐 쓰잖아요. 뉴트로라는 단어나, 성수동 같은 곳도 그렇고요. 이미 일반화되었어요. 시대에 필요한 또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모듈 건축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최근 3~4년 사이에 모듈로 초등학교도 많이 짓고, 건축에서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죠. 모듈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저희가 시행을 직접 하면서 개발하다 보니 금액적인 문제도 있고, 현황에 맞춰 설계 변경이 시도때도없이 있고요. 근데 모듈로 한다면 시도들이 단축되고, 인테리어와 건축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죠. 금융 해결도 되고,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엄청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사용하려는 모듈은 건설사에서 폐기해야 하는 것들을 재활용하는 거예요.

Q. 버려지는 모듈로요? 상상이 잘 안 돼요.
여러 곳에서 강연도 하고 전시를 하며 느낀 게, 모듈 건축은 좀 안 예뻐요. 컨테이너로 보이는데 모듈과 다른 게 뭐지, 무슨 시장이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일본이나 미국, 다른 나라 프로젝트들을 봤어요. 미국에는 전 애플 디자인팀이 호텔이나 주거 개발하는 변화를 되게 잘 만들었고, 일본은 워낙 큐브 형태의 건축을 잘하고요. 건축 방법들이 있고, 디자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아직 상업 시설화되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디자인에서 변화를 주기 어렵죠. 근데 저희가 잘하는 건 브랜드 스토리와 디자인이니, 이걸 한 번 풀게 되면 모든 대지에서 쉽게 풀리지 않을까 했어요. 몇십억 있어야 하는 게 아니고, 정말 저렴한 방법 안에서 빠르게 콘텐츠가 필요한 좋은 위치에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금 양양 가는 길, 속초에 근린생활시설을 만들고 있어요. 디자인도 진짜 재밌게 풀렸어요. ‘이게 모듈이라고?’할 만큼 기존의 이미지를 생각할 수 없게 푸는 게 저희 목표였어요. ‘모듈 건축은 재미없어, 딱딱해, 그냥 네모 블록이야’라는 생각을 다 지워버리자. 아니면 모듈의 단점을 장점으로 보이게 만드는 게 이 프로젝트의 메인 취지였죠. 그래야 사람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요.
Q.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존 건축에 비해 가볍게 느껴져요. 무겁고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콘텐츠가 중심인 유연한 공간이요. 모듈은 변화하는 콘텐츠와 잘 맞는 방식 중 하나였네요. 친환경이 필요해서 모듈이었나요? 아니면 모듈을 정하니 친환경이 따라왔나요?
두 가지 사이에서 편향되지 않고, 딱 중간이었어요. 익선동에서 열심히 활동하다 뒤돌아 보니 사람들이 ‘쟤네가 어반 디벨로퍼야, 도시재생가야.’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소제동에서는 ‘서울에서 온 어반 디벨로퍼가 도시재생을 한다.’라는 시각이 있었어요. 처음엔 그게 뭐지 싶었죠. (웃음) 모든 프로젝트에는 시대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것의 기준을 잡았거든요. 소제동은 석기와, 보, 주짓돌 같은 최대한 지킬 것과 시대적으로 변하더라도 모방한 것들을 분리해서 개발했어요. 나중에 보니 원칙적으로 고민했던 것들을 사람들은 ESG나 재생 사업이라고 말하는구나 깨달았죠. 버려지는 모듈을 사용한 방식도 마찬가지고요.

대전 소제동 신개념 차 문화를 전하는 티룸 '풍뉴가' 외부 사진제공: 익선다다트렌드랩

대전 소제동 '풍뉴가' 간판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Q. 신기한 부분이 그거에요. 시작점은 달랐지만, 도시 재생가나 건축가들의 생각과 맞닿아 있어요. 어디로 가든 만난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연의 일치입니다. (웃음) 친한 친구가 ESG로 책을 썼는데, 거기 삽화 넣는 작업을 해준 적이 있어요. 작업하며 보니 ESG가 무겁고, 먼 얘기도 아니고, 착한 얘기도 아니구나 느꼈어요. 굉장히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라는 걸 알았죠. 그리고 가치 소비에 대한 대중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고, 저희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담아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ESG는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걸로 보게 됐죠. 당연히 지금 답습하고 학습해 나가야 하는 키워드라 생각해요.
Q. 도시 재생하면 늘 따라다니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생각도 궁금한데요. 어느 동네든 떠오르고 또 소모되면서 늘 나오는 이야기인 거 같아요. 지속가능한 공간이 되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컴퓨터랑 똑같아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서로 합이 맞아야 해요. 컴퓨터는 잘 안 돌아가는데 소프트웨어만 좋으면 안 되잖아요. 익선동은 현재 8년째 유지되고 있어요. 오히려 더 확산하고 있죠. 근데 어떤 특정 동네는 확 떴다가 갑자기 사라져요. 저는 하드웨어가 안 좋았거나, 하드웨어는 좋았는데 소프트웨어가 안 좋았다고 생각해요. 하드웨어는 그 사이트가 가진 공간, 소프트웨어는 사이트가 가진 스토리텔링인 거죠. 콘텐츠는 중복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배분 콘텐츠로 점유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구성이 있어야 유지가 된다고 생각해요.

익선동 '만홧가게' 내부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익선동 '만홧가게' 만화책을 큐레이션 해 전시하고 있다.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Q. 결국 공간과 건축, 콘텐츠는 함께 가야겠네요. 익선다다 트렌드랩의 다음 계획을 공유해주신다면요?
저희가 만든 브랜드 익선동, 소제동을 보고 미국, 베트남, 일본에서도 계속 요청이 와요. 베트남은 어디 지역을 다 저희 콘텐츠로 채워달라고 요청했고요. 일본은 7개의 거리 개발을 요청했어요. 그래서 다음 주에 일본으로 갑니다. 그 중심에는 브랜드가 있어요. 우리가 만든 브랜드가 한국을 상징할 수 있게, 사람들이 맛으로, 이미지로 기억할 수 있게 브랜드력을 더 강화하고 확산하는 걸 메인 비즈니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도구가 모듈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지역 개발이 될 수도 있어요. 브랜드로 다양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죠. 브랜드 하나 입점이 아니라, 건물 전체를 바꾸거나 콘텐츠 거리로 기획해서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건축가, 공간 디자이너분들 함께해요. (웃음) 공간을 다 만든 후에 콘텐츠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같이 짜야 합니다. 공간이 힘을 얻기 위해서, 나중에 힘을 잃지 않으려면 필요한 콘텐츠가 앞단에 같이 설계되어야 해요.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어디서 보여줘야 하는지 필요한데, 다 지워 놓고 ‘입점 얼마입니다.’ 이러니 분양이 다 안 되기도 하거든요. 건축가와 건설사, 콘텐츠를 쥐고 있는 저희 같은 회사는 동시다발적 시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익선다다 트렌드랩은 빌딩 컴퍼니로서 도시를 채워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저희의 핵심 가치는 브랜드를 만들고, 효과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에요. 도시를 새롭게 개발하거나 변화를 주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죠. 건축가와 개발자분들이 새로운 공간을 개발할 때, 함께 그곳에 특별한 이유와 가치를 부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명료하고 강렬한 메시지로 브랜드를 소개하고, 새로운 도시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함께 해주실 분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함께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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