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선다다 트렌드랩는 50여 개의 브랜드를 만들고, 다양한 지역을 꾸려온 집단이다. 서울에 있지만,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던 익선동을 시작으로 대전 소제동, 신당동까지 저평가되어 있던 지역을 콘텐츠로 채웠다. 그들은 공간을 채웠던 오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콘텐츠를 찾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각기 다른 이야기와 음식, 소비할 콘텐츠를 품은 공간들은 가볍고 유연하다. 변하지 않는 건축이 아닌 시대에 필요한 콘텐츠가 담긴 공간을 시나리오처럼 써내려 간다. 다음 단계로 AI가 바꾸는 지속가능한 공간을 이야기 하는 익선다다 트렌드랩의 박지현 대표와 만나 그동안의 작업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익선다다 트렌드랩 박지현 대표
Q. 익선다다하면 익선동과 소제동을 먼저 물을 수밖에 없죠.
2014년 익선동에서 익선다다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 익선동은 가로등도 없는 곳이었어요. 아예 초창기 개발 마스터 플랜부터 24개 콘텐츠 수립까지 진행했습니다. 그전에는 노숙자분들이 불법 점유를 많이 할 정도로 노후화된 상황이었죠. 그동안 개발 주력 역할을 저희 회사가 했습니다. 다음이 대전 소제동 철도 관사촌 개발이었어요. 대전에서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동네예요. 지금은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면 개발과 브랜드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의 배경도 궁금해요.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전공은 서양화예요. 그림과 설치 작업을 했었죠. 작업 활동을 오래 하다가 패션, 가구, 연예 엔터 사들과 협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브랜딩 회사에서 협업하지 말고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입사했더니 대부분이 BX 디자이너인 거예요.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는 분들이었죠. 회사에 다니면서 ‘나는 기획이라는 탄탄한 단계 없이, 그냥 하고 싶은 말만 계속하고 있었구나.’ 느꼈어요. 회사를 나온 후, 박한아 공동 대표를 만나게 되었고, 익선다다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맡게 된 일이 남산 힐튼 맞은편에 있는 건물 전체의 아트 디렉팅이었는데, 그 작업을 하면서 공간의 이해가 넓어졌죠.

중국 야시장 거리의 경험, 음식을 재해석한 익선동 '동북아' 사진제공: 익선다다트렌드랩

한 폭의 풍류를 담아 신개념 차 문화를 전하는 티룸 대전 소제동 '풍뉴가'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Q. 이전 작업들을 보며 도시 공부를 한 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군요. (웃음) 그래서인지 공간을 만들어가는 관점이 건축가나 공간 디자이너들과 다르다고 느껴져요.
공간은 채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브랜드가 중심이 되고, 정체성이 만들어져 나오는 게 그래픽이 될 수도, 공간이 될 수도 있어요. 결과물의 목소리 결 맞추는 작업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공간 전문가들과 설명하는 앞단이 달라요. 저희는 동화 풀듯이 상황을 설정하고, 현시대에 어떤 키워드가 필요한지 분석해요. 예를 들어, 과거 ‘유기농’하면 강남 아주머니들이 아이들을 위해 사는 비싼 재료의 이미지였죠. 그로서리, 그로서란트는 해외에 이미 퍼져있는 문화인데, 한국은 없었어요. 대기업들이 그저 ‘유기농’, ‘오가닉’으로 부르며 비싸게 팔아 실패한 거죠. 그러다 대학로에 ‘마르쉐’라는 곳이 생겼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기 시작했어요. 그로서란트는 원자재 먹거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곳이에요. 먹는 방법, 요리 방법, 누가 생산 했는지 등을 알려주죠. 그저 몸에 좋은 비싼 재료가 아닌 거예요. 저희는 이런 현시대에 필요한 키워드를 꺼내서 콘텐츠로 만들기 때문에 공간 전문가들과 입장이나 시선이 좀 달랐던 거 같네요.
Q. 콘텐츠가 중심이 되어서일까요. 사람들의 움직임을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듯 공간을 만든다고 느꼈어요. 원했던 의도와 달리 흘러갈 때도 있었을텐데요.
익선동에 있는 곳 중 하나인데, 당시에 너무 비싸게 먹는 외국 음식이 싫었어요. 태국 음식이나, 중식이나, 프랑스 음식도 다 가정식인데 왜 이렇게 비싼지, 그 문턱을 낮추고 싶었죠. 당시에 동남아로 잦은 여행을 다닐 때였는데, 태국 음식도 좀 저렴하게 해보자 했죠. 이태원에서 팟타이를 2만 원 넘게 주고 먹는 게 아니라요. 바로 태국에 조식이 유명한 호텔 3곳을 예약했죠. 조식 먹고 셰프님 찾아가서 ‘한국에서 요리해보시지 않겠어요?’ 물었어요. 그리고 쿠킹 클래스를 오전 오후로 들었어요. 괜찮은 선생님 있으면 또 물었죠. 그렇게 3명을 모셔왔어요. 한국 와서 오리지널이다 열었는데, 정작 유명해진 건 한국식 음식이에요. (웃음) 태국음식점으로 매출이 높은 매장이었는데, 오리지널을 얘기한 의도와 스토리에 어긋난 결과를 가져다줬죠. 그런 프로젝트들이 꽤 있습니다. (웃음)

태국 북부식 누들 포차 충무로 '태국수'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태국 북부식 누들 포차 충무로 '태국수'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Q. 여러 상황이 있었겠네요. (웃음) 익선동, 소제동은 도시재생 프로젝트였어요. 작업들을 보며 익선다다트렌드랩은 디자인 스튜디오인가, 도시 개발자인가, 시행사인가 정의하기 어렵더라고요.
보통 큰 건설사나 시행사가 해야 할 역할들을 저희가 작은 면적으로 해본 게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 게 저희가 직접 땅을 개발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고객을 만나다 보니 시행적인 역할도 하고요. 또 직접 자본을 풀 수 없어, 투자받는 일도 하니 그렇게 보였던 것 같아요.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익선동이라는 동네보다 어떤 특정 맛집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그 동네를 찾아 온거죠. 브랜드를 공간화하고, 브랜드 개발을 밀도 있게, 재미있게 푸는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도시재생 프로젝트 지역을 정할 때도 고심이 많았을 것 같아요.
세 곳 익선동, 소제동, 신당동은 트리플 역세권이나 교통이 좋은 곳이에요. 가치가 있는데 저평가를 받고 있던 땅이 대부분이었죠. 그리고 지역적인 특성에서 스토리텔링이 명확하게 있는지 중요했어요. 개발 가능 여지가 있는지, 그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지를 살펴서 지역을 선택했죠. 지금은 시행사나 건설사에서 연락이 많이 와요. 공동 개발을 하면서 풀어가고 있죠. 과거에는 오히려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힘으로 많이 찾는 공간이 되었어요. 지금은 이전 개발과 달리 브랜드에 집중해서 풀어가려는 게 더 큽니다.

Q. 익선동과 신당동은 서울 내 저평가 받는 지역이었지만, 소제동은 지방의 쇠락한 마을이었어요. 왜 대전이었는지 궁금한데요.
후보지가 엄청 많았는데, 대전을 보고 바로 여기다 이야기가 나왔어요. 다른 지역은 차 타고 더 들어가야 하거나, 콘텐츠로 풀기 모호한 역사가 남겨져 있었어요. 소제동은 대전역에서 걸어서 3~4분 거리에 있고, 서울이나 부산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대전역에 올 수 있죠. 또, 다른 동네는 애매하게 주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지만, 소제동의 빈집률은 46% 이상이었습니다. 대전 사람들도 소제동을 모를 만큼 저평가되어 있었고, 관사촌이라는 역사적인 스토리도 명확했어요. 대전의 문화시설 분포도도 현저히 낮았고요. 그 전에 온갖 지역과 섬을 다녔는데 대전을 보자마자 여기다 싶었죠.
Q. 지난 10년간 50여 개의 브랜드를 만들면서 기준이 생겼을 것 같이요.
데이터를 살피자는 철칙이 생겼어요. 예전엔 과녁 맞히기 식으로 고객 대상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부동산도 검토하고, 유동 인구나 교통량, 주변의 소비 현황 등 지리적 제반의 모든 데이터와 유사 업종 데이터들도 검토하면서 브랜드를 풀고 있어요. 더 명확해졌죠. 그래야 실패하더라도 이유를 알고, 성공했을 때도 확산성을 명확히 알 수 있어요. 최근 3년 동안 여러 데이터를 검토하는 집단이 되었죠. 대전 소제동이 전체적으로 테스트 베드가 됐고요.
Q. 소제동은 AI 시스템으로도 방문자들을 분석한다고 들었어요.
포스 데이터는 ‘오늘 아메리카노가 몇 잔 팔렸고, 매출이 얼마 나왔네. 장사가 잘됐구나.’ 정도로 끝나잖아요. 그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포스의 결제 데이터와 오프라인의 물리적 데이터가 매칭이 되어야 해요. 우리 주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그에 맞춰 다음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키워드를 확산했을 때 어디까지 유효한지 판단할 수 있게 하기 위해 3년 간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AI 시스템은 가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관절의 움직임에 따라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어요. 또, 매장 어느 자리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문화복합공간 소제동 '텍스트칼로뤼'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문화복합공간 소제동 '텍스트칼로뤼'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문화복합공간 소제동 '텍스트칼로뤼' 사진제공: 익선다다 트렌드랩
Q. AI로 분석한 데이터가 다음 공간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줄까요?
다음 단계로 데이터를 통해 좌석 점유 시간이 늘어났다고 하면, 그 시간에 맞는 좌석 구성과 동선을 설계해야 해요. 기존 콘텐츠로 나온 결과 값이 다음 공간 디자인할 때 많이 반영될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앉고, 점유 시간이 긴 특정 자리들이 있잖아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시각적인 요소일 수도 있고, 좌석이 편안했을 수도 있죠. 안정적인 높낮이 같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필요로 한 것들을 산출해서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그럼 공간도 데이터화 하시는 건가요? 창 밖 풍경이 잘 보이는 자리, 더 아늑한 자리 등 공간 데이터와 함께 본다면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공간 데이터화는 따로 하지 않았어요. 제가 알기로 뷰티 쪽에서 공간에 대한 정보를 많이 활용한대요. 화장품 매장 특정 매대 앞에만 사람이 계속 모인다고 하면, 동선이 편해서인지, 제품이 뛰어나서인지 비교가 필요해요. 사람들이 머무는데 소비가 안 된다면 동선의 영향인 거죠. 소비도 된다면 위치도 좋고, 제품도 좋은 거고요. 비교를 통해서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알 수 있어요. 뷰티 쪽에 데이터가 많이 축적된 걸로 알고 있는데, 오프라인 시장, 리테일에서도 그런 부분을 풀면 더 명확해질 거 같아요. 좋은데요?(웃음)

익선다다 트렌드랩 사무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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