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에 짓는 거 환경에도 나에게도 좋게

김현경·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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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에 짓는 거 환경에도 나에게도 좋게

옛 동네의 정취를 간직한 동네에 지어진 친환경 주택

김현경

사진이재덕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네가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이다. 10년 전에는 차도만 있는 허허벌판에 도대체 왜 생겼는지 모를 지하철 3호선 삼송역이 덩그러니 있던 곳이었다. 황량했던 동네는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며 한동안 공사가 계속 진행됐고, 이제는 새 아파트 단지와 거대 쇼핑몰 스타필드가 있는 신도시가 되었다.


한편, 삼송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는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한 마을이 있다. 비슷한 기와집들이 모여 있는 언덕 사이사이 신축된 집들이 보이는데, 언덕 위쪽 자리한 하얀 집이 ‘삼송동 주택’이다. 여타 집들과 다른 것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주택이라는 것. 지붕 경사면에 올라간 태양광 패널이 친환경 주택이라는 것을 알린다. 태양광 패널뿐 아니라 목조로 지어진 이 집은 친환경 종이 단열재를 쓴 패시브 주택이기도 하다. 아직은 사례가 많지 않은 친환경 건축을 주택에 적용해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해 건축주를 직접 찾아 물었다.


추운 한 겨울날, 조용한 동네의 언덕을 올라 문을 두드리니 건축주 부부가 따뜻한 차와 함께 맞이했다.


삼송동 주택 건축주 부부. 현관 앞에 심어진 블루아이스가 눈에 띈다.


"하필 가장 추운 날 오셨네요. 들어오세요. 커피나 차 어떤 거 드릴까요?"


Q: 커피로 부탁드려요. 집에 햇볕이 잘드네요.

A: 네, 언덕이 해를 정면으로 받아서 따뜻해요. 겨울에 눈이 쌓여도 금세 녹아요. 올라오실 때 괜찮으셨어요? 가팔라서 처음에 다들 고생하세요. 


Q: 조금 높긴 했어요. 올라오면서 보니 기와집들이 많더라고요.

A: 저희 옛날 집도 옆집과 비슷한 기와집이었어요. 박정희 정권 때 대통령이 다니는 길 주변으로 개발하면서 생긴 마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집 형태가 다 비슷해요. 


Q: 그런 역사가 있었군요. 이 동네에서 오래 사셨나요?

A: 저희는 10년 전에 40년 된 집을 사서 이 동네로 들어왔습니다. 그때는 허허벌판에 지금이랑 굉장히 달랐어요. 스타필드도 들어오고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면서 많이 발전했죠.


Q: 황량했던 동네로 오게 된 이유는요?

A: 우연히 타이밍이 맞았어요. 그때는 가격이 높지 않기도 했고, 저희도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었죠. 주택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기 때문에 삼송리로 들어왔어요. 행정구역상 이름은 동으로 바뀌었는데, 동네 분들은 ‘동’보다 ‘리’가 익숙해 삼송리로 계속 불렀었죠. 옛날 집은 주변 집들과 비슷한 기와집이었는데, 워낙 오래된 집이라 거실에 난방도 없었어요. 난방을 설치하고 한 10년을 살았는데, 건물이 50년이 되니 바닥에서 곰팡이랑 습기가 올라오더라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 벽도 장판도 까매졌죠. 마침 아시는 분이 건축 설계를 하셔서 그분에게 설계를 부탁했습니다.


삼송동 주택 외관


삼송동 주택 모형. 사진: 건축주 제공


Q: 건축가랑 원래 알고 지내셨군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A: 여기 오기 전에 잠깐 아파트에 살았는데 같은 아파트에 살았어요. 그때 공동육아를 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4살 때 그 집 아이가 6살이었죠. 공동육아는 학부모들이 함께 운영하는 어린이집 같은 거예요. 거기서 짝손이라고 선배 집, 후배 집 연결을 하는데, 정말 우연히 소장님과 연결돼서 자주 만났어요.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친환경 건축을 잘하는 분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믿고 맡겼죠.


Q: 아파트에서도 사셨네요. 주택과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A: 이전에도 계속 주택에 살다 아파트에 아주 잠깐 1년 반정도 있었는데 답답했어요. 신축 아파트라 깨끗하고 좋았지만 허전함이 있었어요. 주택에 있던 마당, 골목길, 애들이랑 물놀이하거나 뛰어놀 수 있는 야외공간이 없었죠. 놀이터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야외 공간이 필요했어요. 지금은 마당에서 여름엔 물놀이도 하고 바비큐도 해요. 또 취미로 목공도 하고요. 이 테이블이랑 의자도 남편이 마당에서 직접 만들었어요. 


남편이 만든 테이블과 의자 위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옛 동네의 정취가 느껴지는 데요. 이 집은 구축을 리모델링한 게 아니라 신축을 하신 거죠?

A: 네, 잘 모르고 시작했어요.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못했을 거예요.(웃음) 리모델링보다 신축이 깔끔하지 않을까 했죠. 이전부터 소장님과 술잔 기울이며 친환경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패시브 주택이나 탄소 이야기가 머리에 박혀 있었어요.


Q: 그럼에도 친환경 주택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공사비가 더 올라가니까요. 

A: 금액이 올라가는 건 알았지만, 사실 큰 고려는 없었어요. 기왕에 집을 짓는 거 더 좋은 걸로 짓고 싶기도 했고요. 탄소를 내지 않는 집이라는 데,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건축가의 도움이 컸죠. 미래에 더 필요한 거라고 하시니 믿고 따라갔어요. 믿음이 크기도 했고요. 패시브 건축이나 태양광도 소장님 덕에 알게 되었어요. 태양광도 마찬가지로 3kW짜리가 일반적이라는 데 기왕에 하는 거 10kW 좋은 패널을 달고 싶었죠. 창문도 기존 창문이랑 달라요. 단열에 좋은 로이 삼중유리를 사용했어요. 처음엔 여는 방식이 달라서 적응이 안 됐는데 이제는 익숙해요. 


옛날 집 철거 모습. 사진: 건축주 제공


삼송동 주택 공사 현장. 사진: 건축주 제공


Q: 원래 환경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A: 저희는 조경 설계를 하는데, 일하면서 기후가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과거 남쪽에만 심을 수 있던 식재들이 위로 많이 올라왔거든요. 친환경 생태면적으로 조경계획에 변경사항도 많고요. 조경에도 재생자재가 들어가야 하고 제약이 많아졌습니다. 마당에 심은 베롱나무, 남천나무도 원래 서울에서 보기 힘든 수종이었는데, 이제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여요. 그만큼 많이 변했다고 느꼈죠.


Q: 조경을 하시다 보니 마당에 대한 욕심이 더 있으셨겠네요. 

A: 워낙 식물 심고 가꾸는 걸 좋아해요. 재밌어요. 주택에 살면 다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이웃도 대부분 준전문가들이셔요. 온전한 저희 마당이니 이런저런 나무를 심어보고 잘 자라는지 테스트도 하고요.(웃음) 지금은 자작나무 3그루, 말채, 수수꽃다리, 허브를 많이 심었어요. 허브가 지금은 죽었는데, 여름에 다시 싹 나요. 봄 되면 따다가 바로 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현관 쪽에 길쭉한 블루아이스를 제일 좋아하는데, 선형적인 매력이 있어요. 


옛날 집 앞마당. 사진: 건축주 제공


삼송동 주택 앞마당. 예전 집 앞마당에 비해 좁아졌다.


Q: 옛날 집과 마당도 차이가 있나요?

A: 예전엔 앞마당이 넓었어요. 골목에서 뭘 하는지 다 볼 수 있었죠. 신축하면서 앞마당을 좁히고 뒷마당을 넓혔어요. 뒷벽이 옹벽이랑 떨어지니 습기를 없애는데도 도움이 됐고, 집이 뒷마당을 감싸고 있어서 밖에서 마당이 잘 안 보여요. 또 여름엔 마당에 그늘이 져서 시원하고요. 


Q: 외부 환경도 좋아졌네요. 집 안에서도 차이가 크게 느껴질 거 같아요.

A: 예전 집은 곰팡이가 문제였어요. 얘기했듯이 뒷벽이 옹벽하고 붙어있어서 습기가 더 올라왔었죠. 여름, 특히 장마철에는 더 심했어요. 겨울엔 웃풍이 정말 심했고요. 집을 철거하면서 보니 단열재가 신문지뿐인 거예요. 엄청나게 두꺼운 시멘트벽에 신문지가 다였던 거죠. 지금은 뒷마당을 넓히고, 패시브 주택을 지어 그런 걱정이 없어졌어요.

공간도 넓어졌죠. 원래 단층집이었는데, 지금은 2층이랑 다락방도 생겼어요. 2층에는 침실을 두고 1층은 거실이랑 부엌을 넓게 뒀습니다. 저희가 동네 분들을 집으로 많이 초대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넓은 공용 공간이 필요했어요. 여기에 테이블을 두 개 붙이면 여섯 집이 모일 수 있어요. 이제 날이 춥거나 더우면 음식을 싸 들고 저희 집에서 모여요.(웃음)


예전 집 철거 사진. 시멘트 벽에 신문지로 단열을 했다. 사진: 건축주 제공


Q: 동네 사랑방이 됐네요.(웃음) 태양광 패널을 붙이셨는데, 전기세나 가스비에도 차이가 있나요?

A: 지금 지붕에 있는 패널은 10kW 짜리로 생산되는 전기가 산업용으로 구분됩니다. 생산된 전기는 한국전력에 팔아서 한 달에 평균 10~13만 원 정도를 받고요. 계절에 따라 발전량 차이가 좀 있어요. 지금은 도시가스를 전혀 안 쓰고, 전기세만 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전기세가 20만 원 정도 나왔네요. 옛날에는 겨울에 가스비만 25만 원 정도 나왔어요. 전기세랑 합치면 30만 원이 넘는 돈을 냈죠. 지금이랑 금액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2층으로 집이 넓어졌고, 도시가스비가 없는 게 다른 거죠. 작년 이맘때쯤에 가스비가 올라서 난리였잖아요. 저희는 그런 게 없었죠. 산업용 전기다 보니 여름에도 전기세, 누진세 걱정 없이 에어컨을 틀기는 하네요.


Q: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고양이 용품이 현관에 있던데요. 고양이가 안보이네요.

A: 원래 길고양이한테 밥을 줬어요. 밥을 주고 챙겨줬는데, 한 번은 다쳐서 왔더라고요. 치료해주고 집에 들여 돌봤더니, 그 이후로 자리를 잡았어요.(웃음) 고양이 집 옆에 보면 작은 구멍이 있어요. 고양이 편하게 왔다 갔다 하라고 구멍을 냈죠.


거실과 다이닝 룸 사이에 중정이 있다.


Q: 제 로망이 실현된 집이네요.(웃음) 나중에 다시 집을 짓게 되어도 친환경 주택으로 지으실 건가요?

A: 그때는 단층집으로 고려할 거 같아요. 아이들이 크고 나면 큰 집은 필요 없거든요. 목구조로 지어서 공사도 빨랐고요. 설계에서 완공까지 5개월 정도 걸렸어요. 행정적인 절차를 빼면 더 짧았을 거예요. 단열재도 보통은 폼 같은 걸 넣는데, 이 집은 종이로 된 단열재가 들어갔어요. 건강에도 좋고, 여러 가지 요소를 생각하면 나중에도 친환경 주택을 생각할 거 같네요.


Q: 집의 많은 부분에 친환경이 적용됐네요. 완공된 후 아쉬운 게 있었나요?

A: 태양광 패널이 설치할 때 아주 예뻤어요. 막상 지붕 위로 올라가니 전혀 안 보이는 게 조금 아쉽네요.(웃음) 저기 언덕 위로 올라가면 지붕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어요.


태양광 패널 옥상 시공 사진. 사진: 건축주 제공


Q: 집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완공된 지 얼마 안 돼서 여전히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마당에 자갈을 반정도 깔다가 지금은 땅이 얼어서 멈췄어요. 실내도 계속 신경을 쓰고 만들어가는 중이죠. 거실 벽면 세계지도에 여행 갔던 곳을 하나씩 채우고 있는데, 나중에 가득 차면 멋있을 거 같네요. 집 밖도 안도 계속 가꾸고, 만들어가는 게 단독주택이라고 느낍니다.


거실 벽면을 장식한 세계지도. 가족과 함께한 여행 사진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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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이야기가 자라는 공간을 그리다: 친환경 생태 건축가,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이윤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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