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의 번화한 중심부, 과거 담배 공장이었던 부지는 적은 예산과 18개월이라는 짧은 공사 기간이라는 한계 속에서 지속 가능한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이 공원은 홍수를 조절하고, 오염된 물을 정화하며,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된다. 또한, 도심과 인구가 밀집된 지역 사람들을 위한 가장 큰 공공공간이 되었다. 방콕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이 된 이 프로젝트는 삭막한 콘크리트 지대를 모듈형 공법을 통해 회복력 있는 생태계로 탈바꿈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 pierrick
현장과 도전 과제
방콕은 차오프라야(Chao Phraya)강 삼각주에 자리한 인구 1,05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밀집된 태국의 수도다. 평평하고 낮은 이 도시의 평균 고도는 해발 1.5m 이하로 해수면보다 낮다. 대부분 원래 습지였으나, 농업을 위해 운하를 건설하고 배수와 관개 시설을 두었다. 몬순 기후의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연평균 강수량은 1,500mm 정도다. 광범위한 지하수 개발로 지반 침하가 발생하는 것이 주요 문제 중 하나인데, 여기에 지구 온난화가 더해져 낮은 고도와 부실한 배수 인프라로 홍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폭우가 내리면 도시 유출수가 배수 시스템을 초과하여 도시 대부분에 심각한 홍수를 일으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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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설계 공모전에 당선된 이 프로젝트는 방콕 중심부 콘티(Khonti)지역에 약 412,779.355m2 규모의 대지에서 진행됐다. 담배 공장이었던 대지는 단층의 창고 건물들이 빽빽이 차 있었고, 사이사이에 그늘진 나무들이 있었다. 대지 북쪽으로 도시 유출수와 하수로 오염된 파이싱토 운하(Phaisingto Canal)가 있고, 서쪽엔 두앙 피타크(Duang Phithak) 도시 고속도로가 있어 주변 지역사회와 대지를 단절하고 있다. 동쪽에는 인공호수와 재활병원, 호텔이, 남쪽으로 퀸 시리킷 국립 컨벤션 센터(Queen Sirikit National Convention Centre)가 있다. 복잡한 대지 주변 상황 외에도 많은 조건이 있었다. 대지에 필요한 프로그램은 작은 담배 공장 박물관과 스포츠 센터였다. 공원 조경과 프로그램을 1m2당 20달러로 제한된 예산과 1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완공해야 했다. 게다가 조경 프로젝트 경험과 기술이 거의 없는 군부대가 이 프로젝트의 감독을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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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목표와 전략
벤자키티 포레스트 파크가 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 속 자연이 되길 바랐다. 공원이 도시에 통합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홍수를 조절하고, 오염된 물을 정화하며, 지역 생물 종을 위한 서식지가 되어야 했다. 또한, 일상 속 여가 활동과 문화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공공공간을 제공하는 중앙 공원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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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과 재사용
대지에 있던 모든 나무를 보존했고, 예산을 낮추기 위해 기존 격자형 도로도 그대로 유지했다. 스포츠 센터와 박물관은 기존 공장 건물을 활용해 주변 경관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철거된 콘크리트는 토목 공사 기초와 포장에 재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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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공성과 습지조성
먼저, 기존 대지에 있던 흙을 더하거나 덜어내지 않고, 절토와 성토로 수백 개의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3개의 습지를 만들었다. 습지는 폭우가 내릴 때 주변 지역의 빗물을 최대 20만m3를 흡수할 수 있는 스펀지 같은 다공성을 가진 환경으로 변신했다. 또한, 건기에 최소한의 관개와 유지 보수로도 풍부한 자생 식물군을 형성할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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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섬의 기초는 재활용 콘크리트 자재를 사용해 보강했다. 그늘을 만들어줄 기존 나무들은 각 섬의 중심에 남겨두고, 새로 조성한 섬에 어린나무 묘목을 심어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습지는 깊은 중심부와 얕은 해안선 두 개 높이로 설계했다. 공원 북쪽과 서쪽 경계에 걸친 해안선은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선형 습지와 연결되어 매일 8,152m3의 물을 5등급에서 3등급으로 정화한다. 정화된 물은 건기에 습지를 유지하고, 얕은 해안선에 풍부한 식물 군락을 형성하며 생태계가 만나는 구역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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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트럭이 다니던 넓은 도로를 보존하고 도로 중앙에 다공성 생태 습지와 꽃밭을 만들었다. 차가 다니던 넓은 도로를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로 분리해 걷기 좋은 도로로 계획했다. 마지막으로 스포츠센터와 박물관이 된 기존 공장 건물의 천장 일부를 개방해 정원의 풍경이 넓은 콘크리트 공간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모듈식으로 계획된 공원은 굴착기 하나로 쉽게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력을 최소화했고, 경험과 기술이 없는 군부대가 충분히 작업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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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유지하는 ‘자연스럽고 복잡한 습지’ 조성
다양한 환경을 가진 다채로운 지형에 씨를 뿌리고, 나무 묘목을 심는 것에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자라난 식물은 주변 자생종과 더해져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으로 발전해 나간다. 동물과 식물이 상호작용하고, 공존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이 자연스럽고 복잡한 습지는 전형적인 도시 속 생동감과 다양한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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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형 공간 조성
얕은 습지를 따라 조성된 여러 개의 산책로는 방문객들이 도시 속 자연으로 몰입하게 한다. 또한, 보존된 나무 사이를 지나는 하늘 산책로는 우거진 잎이 만드는 그림자 아래를 지나며, 주요 도로로 분리되었던 공원을 연결한다. 열대 식물 사이로 난 산책로는 독특하고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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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벤자키티 포레스트 파크는 짧은 시간에 조성되었지만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여름 방콕 시내 대부분이 홍수로 잠겼는데, 공원과 그 주변 지역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습지는 물을 정화하고, 건기 동안 습지가 유지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물을 생산했고, 공원에는 총 91종의 새를 포함한 다양한 야생 동물이 발견됐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인구 밀도가 높은 방콕 도심 속 가장 큰 중앙 공원이 되었으며, 매일 수만 명의 방문객이 조깅, 사이클링, 가족 모임, 소풍, 데이트, 웨딩 촬영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기 위해 찾는다는 것이다. SNS에서 볼 수 있듯, 벤자키티 포레스트 파크는 이제 방콕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사무소 소개
투렌스케이프 Turenscape
1998년에 설립된 투렌스케이프는 콩지안 유 박사(Dr. Kongjian Yu)가 이끄는 선도적인 디자인 연구소다. 투렌스케이프는 500명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건축, 조경, 도시 계획 분야에 걸쳐 포괄적이고 탁월한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전념한다. 설립된 이후 250개 이상의 도시에서 1,0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혁신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설계를 통해 많은 국제상을 수상했다.
투랜스케이프는 ‘자연, 인간, 정신의 통합’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유 박사의 자도 아래, 도시 확장, 환경 파괴, 기후 변화와 같은 현대 문제를 창의적인 실천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환경 사이에 깊고, 지속적인 연결을 촉진하는 디자인을 지속하며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