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적층하는 친환경

박지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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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적층하는 친환경

확장되는 3D 프린터의 사용

박지일

3D 프린터는 디지털 파일을 기반으로 물리적인 3차원 물체를 제작하는 장치다. 프린터가 글자를 인쇄하는 대신 특정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려 입체 모형을 만드는 작동 방식으로, CAD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원하는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3D 프린터는 1980년대 초 미국의 엔지니어인 찰스 헐(Chuck Hull)이 최초로 개발해 1987년 상업용으로 판매되며 상용화됐다. 전통적인 기존 생산방식을 완전히 바꿔놓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평가와 함께, 산업 전반에 걸쳐 활발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사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는데, 개발 초기에는 결과물의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또한, 원재료와 기계 자체의 높은 비용으로 시제품을 만드는 등의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됐다. 더딘 기술 발전과 비싼 가격 등으로 산업현장에서 잠시 외면당하기도 했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 기술은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의료, 건설, 소매, 식품, 의료 등으로 그 사용 범위가 확장되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3D 프린터의 장점은 경제성과 효율성이다. 많은 양을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2013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D프린팅이 기존 제조 방식에 혁명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한편 산업에 필요한 여러 장점이 주목받는 이면에는, 역설적으로 3D 프린터의 환경적인 문제가 가려져 있다. 2018년 독일에서는 3D 프린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부분적인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실내 미세먼지 및 VOC로 인한 대기질 오염, 위험물질에 노출 및 사고의 위험 등의 문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논의됐다. 


초기 3D 프린터의 재료는 주로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플라스틱을 고온으로 녹여 실처럼 뽑아내고, 이를 적층해 물체를 만드는 원리다. 최근에는 고무나 금속, 세라믹 등 다양한 소재를 재료로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플라스틱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고분자 화합물인 플라스틱은 분해가 잘되지 않고 심지어 매년 그 사용량이 늘어나며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초기 3D 프린터의 개발 목적 중 하나가 처치 곤란인 우주 쓰레기의 재활용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굉장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이러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3D 프린터의 재료로 사용하는 여러 시도가 있어 관심을 끈다. 미국의 스타트업 비헥스는 3D 푸드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폐플라스틱을 음식으로 바꾸는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폐플라스틱을 미생물과 반응시켜 뽑아낸 단백질 성분을 3D 프린터에 원료로 넣어 닭가슴살이나 스테이크 원료를 만드는 것이다. 일부 박테리아는 폐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고 단백질이 풍부한 부산물(바이오매스)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국방부의 지원까지 받고 있다.


미국 라이스대의 나노공학과 무하마드 라만 교수팀은 나무를 출력하는 3D 프린트용 잉크를 개발했다. 이들은 식물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고분자인 ‘리그닌’에 주목했다. 리그닌에 또 다른 세포벽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스와 나노 결정을 적정 비율로 섞어 잉크로 사용할 수 있는 구성을 맞췄다. 해당 기술로 만든 재료와 천연 목재를 비교한 결과, 외형과 질감뿐만 아니라 내부 조직과 안정성, 강도 등 여러 면에서 천연 목재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당 연구가 더욱 발전하면 자연환경에서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도 목재를 구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된 바 있다. 


출처: www.science.org


미국의 마이티 빌딩스는 3D 프린터 기술을 활용해 주택 건설을 자동화하는 스타트업이다. 재활용 유리로 만든 특수 소재를 이용해 3D 프린터로 환경친화적인 조립식 주택을 제작한다. 이 소재는 콘크리트보다 5배 강하고 70% 가벼우며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다. 이 회사의 6m 높이 3D 프린터 빅지(Big-G)는 초당 12cm의 속도로 24시간 안에 10평 규모의 단층 건물 외관을 완성한다. 침실 1개, 욕실 1개와 간이 주방을 갖춘 약 20평의 주거 건물은 구조 완성에서 설치, 마무리까지 총 5주가 소요됐다. 


출처: www.mightybuildings.com


한편 건설 분야에서는 3D 프린팅용 재료로 콘크리트 외에도 메탈 혼합재료 등 다양한 재료가 적용 중이다. 이탈리아의 D-shape는 결합체 분사 방식을 이용해서 콘크리트와 메탈을 혼합해 사용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Batiprint3D는 우레탄폼을 이용해서 거푸집을 출력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WASP는 친환경 재료인 진흙을 이용하여 3D 프린팅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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