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친근하게 만나는 목조 건축

박지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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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친근하게 만나는 목조 건축

탄소를 저감하는 목조 건축 사례

박지일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2019 세계 탄소배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건설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38%로 가장 높았고, 발전업을 비롯한 산업이 32%, 운송이 23%, 기타가 7%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일부 선진국들은 목재를 널리 활용하면서 탄소를 저감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목재증진법’을 마련해 고층 목조건축물 확산에 기여하고 있으며, 캐나다 퀘벡 주는 2009년 ‘목재우선법’을 제정해 목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부터 ‘공공건축물 등의 목재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함에 따라 공공목조건축물이 증가하고 목재자급률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탄소 배출량의 1.5%를 목재를 활용해 감축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1.8%, 뉴질랜드는 무려 13.6%를 목재로 감축한다. 건축 재료를 생산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알루미늄은 목재의 790배, 철강은 190배, 콘크리트는 3.5배의 에너지가 있어야 만들 수 있다. 건축 재료로서 목재의 경제성이 높은 이유다. 

목재의 가공과 건축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목재를 활용한 실험적 성격의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의 밀접한 곳에서 목재로 지은 평범한 용도의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www.tonomirai.com


자연과 생명력이 하나 되는 곳 Oyaki Farm – Tono Mirai Architects

건물은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와 건설 현장에서 남은 흙을 사용해서 지어졌다. 전체 건물은 반 내화 목조 건물로, 삼나무와 노송나무를 구조재로 사용했다. 북쪽은 유리 커튼 월과 삼나무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높이는 7미터에 이른다. 일본의 1차 에너지 소비 기준을 충족하도록 지어진 곡선형 지붕은 주변 산세와 조응한다. 삼나무 대들보와 방사형 노송나무 대들보 위의 도리(서까래를 받치기 위해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걸쳐진 나무), 서까래, 그리고 3m 높이의 처마는 모두 현지 목수가 수작업으로 조각했다. 모퉁이의 지붕은 일본 전통 공예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다진 흙벽의 천장 조명, 로비의 자연 환기를 위한 높은 측면창,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하늘과 땅을 건축 경관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땅을 재생하는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 수만 년에 걸쳐 ‘태어난 땅으로 되돌아가는 건물’이 되고자 했다.


이미지 출처: www.duerig.org


배움의 장에서 만나는 사회적 지속가능성 Vortex Student Housing / Dürig AG + Itten+Brechbühl AG

2.8km에 달하는 나선형 형태의 학생 기숙사다. 곡선 형태의 건축물을 통해 이곳에 사는 학생들을 공간적, 사회적으로 연결하고자 했다. 9개 층의 건축물은 1,100명의 학생과 손님을 위한 하나의 작은 도시로 계획됐다. 모든 실을 독립적인 형태의 직사각형 유닛으로 디자인하고, 각 실을 램프에 수직으로 배치해 중앙 마당과 조경을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게 했다. 콘크리트 구조 안에 경량 프레임 목구조로 만든 객실 유닛을 끼워 넣는 형태로 계획한 것이 특징이다.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건축물은 재사용 에너지로 작동되며, 각 실은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목구조 모듈 등 지속 가능한 재료로 구성했다. 중앙 마당과 옥상 정원은 녹지로 구성하여 우수를 수집하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친환경적 요소를 더했다. 


이미지 출처: www.seilerlinhart.ch


평범한 사옥의 비밀 Company Headquarters Küng Holzbau AG - Seiler Linhart Architekten

큉 홀츠바우는 10년 전부터 목조 건축에 집중한 회사다. 목재 보드와 접착제를 사용한 과거 목조 건축에서 오직 목재만을 결합한 진화된 건축물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에 주목해 ‘홀츠푸어(Holzpur)’라는 목조 건축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를 큉 홀츠바우 본사에 적용했다. 홀츠푸어는 목재 보드 일곱 개를 겹쳐서 20cm 두께의 벽 구조로 건축물을 만드는 기술이 특징이다. 두 개의 벽을 겹쳐 총 40cm에 달하는 벽이 설치됐다. 외벽을 이루는 건축 시스템에는 습기가 적은 목재가 사용됐는데, 특히 겨울에 벌목한 목재는 습기가 가장 적어 수축 범위가 작고 병충해를 입을 확률도 줄어든다. 반면 내부 벽에는 주로 파이버보드(Fiberboard)로 가공되는 저품질 목재를 사용했는데, 이는 내부에 공기층이 많아 내구성은 떨어지는 반면 우수한 단열성을 가진 까닭이다. 이 밖에도 각 실의 용도에 맞는 목재 가구를 직접 디자인해 통일성을 높였다. 


이미지 출처: ohlab.net


다기능의 접이식 목재 셔터 Paral·lel Building - OHLAB

12개로 구성된 주거지 각각이 지속가능성, 에너지 효율, 사생활 보호, 프라이빗한 정원과 수영장이라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도록 설계됐다. 접이식 나무 셔터로 구성된 파사드는 태양광의 필터 역할로 기능하며 연중 유입되는 태양광을 조절할 뿐 아니라 프라이버시도 보호한다. 이 셔터는 겨울에는 태양광 활용을 가능하게 하고 여름에는 과열로부터 보호하여 주거의 내부 생활을 반영하는 유기적이며 투과 가능한 외피를 만든다. 셔터의 디자인은 태양광 연구를 통해 최적화되었으며 지역의 전통에서 영감을 얻었다. 환기 및 열 회수 시스템을 갖춘 셔터의 조합은 주거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이미지 출처: www.enterprojects.net


공간을 굽이치는 라탄 Spice & Barley – Enter Projects Asia

등나무와 금빛의 색조를 사용해 태국의 전통과 현대적인 디자인 감성을 결합한 레스토랑이다. 물이 흐르는 듯한 유기적인 형태의 목재 구조물은 3D 디지털 기술과 전통 공예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졌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30m에 이르는 이 구조물은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재활용이 가능한 라탄으로 제작되었는데, 덩굴 식물의 일종인 라탄은 자연적으로 재생가능한 야자수의 일종이다. 이 구조체는 공조 설비를 가려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형태와 기능은 철학적 결합을 이룬다'는 주장에 헌사를 바친다. 라탄 구조물은 천장을 타고 흐르며 끊임없이 물결치듯 휘감기고 공간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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