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는 이제 국가를 막론하고 전 세계 인구 전체가 체감하는 심각한 문제다. 친환경 차원에서의 지속가능성은 이제 환경에 대한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건축은 건물을 짓고 부수는 과정에서, 또 이를 사용하는 동안에도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꼽힌다. 기후위기 시대, 건축은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한 건축은 소비·폐기적 생산 활동이던 과거에서 벗어나 순환적이며 자연 공생적인 건축 활동을 통해 환경부하를 저감하고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순환형 건축 활동을 의미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무소 ‘데 아키텍텐 씨아이이 de Architekten Cie (이하 씨아이이)’는 ‘순환성(Circularity)'의 개념을 실제 건물에 적용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는 ‘순환건축’을 출간했다.
씨아이이는 1984년 설립 이래 유럽과 아시아에서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축의 미래가 자원의 선순환에 있음을 확신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순환건축'은 단순히 건축에 친환경 요소를 덧붙이는 것이 아닌, 건물의 설계와 시공, 해체와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적 혁신과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한다. 씨아이이가 한결같이 주장하는 ‘순환성’의 개념은 이들이 현재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에서는 암스테르담의 ‘엣지 암스테르담 웨스트EDGE Amsterdam West’, 에인트호번의 ‘자전거 주차시설’, ‘Circl ABN AMRO 파빌리온’ 등 씨아이이가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 사례들을 통해 순환건축의 원리와 효과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들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건물의 수명과 이의 일시적 속성을 인정하고 해체와 재활용을 설계 초기부터 고려했다는 점이다. 건물 해체와 재활용까지 고려한 해체 계획(Deconstruction Plan)’, 건물의 모든 구성 요소와 예상 수명, 관리 지침을 담는 ‘빌딩 패스포트 (Building Passport)’, 그리고 이를 3D 모델로 구현해 건물의 전 생애주기와 이에 따른 정보를 담고 궁극적으로 건물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을 돕는 ‘BIM 모델(BIM Models)’의 중요성 등 주요 혁신 개념을 소개한다.
특히 자재, 부품, 공간 활용에서 경제적 가치도 높이며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려는 혁신적 시도들은 특히 인상적이다. 일례로 1970년대 최초로 설계된 엣지 암스테르담 웨스트는 순환건축 개념을 적용해 지난 2021년 리노베이션한 프로젝트로, 업무 생산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 건물의 자연채광 극대화, 에너지 효율 개선, 건강과 지속가능성 강조 등 오피스 건물의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을 소개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건물 가치가 6.5배 상승했다는 결괏값을 함께 제시하며 순환건축 개념의 경제적 선순환과 지속가능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씨아이이는 ‘지속해서 순환성에 대한 인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이 지식을 최대한 많이 확산시키는 것이 순환성을 실천하는 첫 단계이며 가장 중요한 미션’ 이라고 밝히며, 순환건축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한국의 건축 분야 및 일반 대중과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책을 번역, 출간한JLP international (이하 JLP)는 부동산 개발 및 공간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사업의 지속가능한 모델을 기획하는 회사다. 창립 시점부터 미래 공간의 변화와 이에 따른 부동산 개발의 방향에 대해 주목하고, 특히 ABCD (Architecture, Building, Construction, Development) 업계에 발 빠르게 ESG를 소개한 바 있다. 이들은 지속해서 ESG를 접목한 솔루션과 이에 대한 실천을 연구하며 건축업계의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던 중 씨아이이의 순환건축 사례에 주목했다. JLP는 책의 선도적인 사례를 통해 순환건축에 미래 대응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며, 순환건축은 ESG를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책이 건축계뿐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순환성의 가치를 확산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출판 과정에도 역시 '순환성'을 반영했다. 국내 초판 인쇄 시 100% 재생 용지인 '리시코'를 사용했으며 책 커버는 씨아이이의 건축 도면 트레이싱지를 사용했다. 인세 수익 전액은 충북 괴산 대후초 폐교를 리포지셔닝 하는 ESG 프로젝트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포스코 E&C와 JLP 가 공동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 단순히 폐교를 리노베이션하는 아이템적 접근이 아닌 진정한 ESG 구현을 위한 공간으로의 변모를 지향한다. 지방 폐교 및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궁극적으로는 ESG의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순환건축' 출간을 기념해 팟캐스트와 온라인 저자 웨비나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될 예정이다. 건축에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은 건축가, 건설사 관계자, 학생, 일반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이 책은 반가운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순환건축' 은 국내 대형서점 및 온라인서점을 통해서 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