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pentine Pavilion 2024, Archipelagic Void, designed by Minsuk Cho, Mass Studies. Photo: Iwan Baan. Courtesy: Serpentine.
‘2024 서펜타인 파빌리온 Serpentine Pavilion’에 초청된 건축가 조민석(매스스터디스 대표)의 '군도의 여백'이 설치를 마무리하고 지난 6월 7일부터 오는 10월 27일까지 일반에게 공개된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영국 런던 소재의 현대미술관인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주최하는 건축 행사로, 건물을 지어본 경험이 없는 건축가에게 자신의 건축 철학을 마음껏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Serpentine Pavilion 2024, Archipelagic Void, designed by Minsuk Cho, Mass Studies. Photo: Iwan Baan. Courtesy: Serpentine.
갤러리의 기금 마련을 위해 한시적인 이벤트로 세워진 파빌리온이 점점 인기를 끌며 현재는 글로벌 건축 및 문화계의 주목을 받는 야외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해당 프로젝트에 참가한 건축가가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는 사례가 많아 건축계 등용문으로도 통한다. 2000년 자하 하디드를 시작으로 프랭크 게리(2008), 장 누벨(2010), 피터 춤토르(2011), 헤르조그 앤 드 뫼롱(2012), 소우 후지모토(2013) BIG(2016) 등 최근 현대건축의 거장들 다수가 이곳을 거쳤다. 초청 대상은 건축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라퍼 엘리아슨(2007), 아이 웨이웨이(2012), 티에스터 게이츠(2023) 등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아티스트도 선정되어 건축가의 그것과는 다른 파빌리온을 선보이기도 했다.
Serpentine Pavilion 2024, Archipelagic Void, designed by Minsuk Cho, Mass Studies. Photo: Iwan Baan. Courtesy: Serpentine.
올해는 건축가 조민석이 초청됐는데, 한국인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매년 분야를 넘나들며 단 한 명의 건축가 혹은 예술가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만큼, 이번 초청 소식은 건축가 조민석의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민석 건축가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OMA의 로테르담 본사에서 근무하고 뉴욕에서 조슬레이드 아키텍처를 설립해 활동하다가 2003년 귀국해 매스스터디스를 설립했다. 그는 1994년 신건축(shinkenchiku) 국제주거건축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2000년 뉴욕 건축 연맹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2004년과 2010년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비트라 미술관 순회전시 등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2014년 6월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고, 정부로부터 화관문화훈장 등을 받으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Serpentine Pavilion 2024, Archipelagic Void, designed by Minsuk Cho, Mass Studies. Photo: Iwan Baan. Courtesy: Serpentine.
선정작인 ‘군도의 여백’은 다섯 개의 덩어리로 구성됐다. 한국 전통 가옥에서 볼 수 있는 마당의 역할을 하는 안뜰과 다섯 개의 덩어리는 각각 갤러리, 강당, 도서관, 티하우스, 플레이 타워 등으로 저마다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 모양을 본떠 해외 언론에서는 이를 별 모양의 섬(Star-shaped Island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덩어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이를 통해 개인적인 일상과 공동체의 문화가 한데 모이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뒤섞인다. 마당은 다른 공간 사이를 이격시키면서 동시에 다양한 사람을 한데 모으는 기능적인 공간이다. 이 공간은 한국의 정자 문화에서, 여백 공간은 한옥의 안뜰 마당을 닮아있다. 목재 프레임을 사용한 점 또한 한옥에서 착안한 디테일이다. 건축가는 중앙의 빈 원형 공간은 한국 전통가옥에서 볼 수 있는 안뜰 마당의 개념을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Serpentine Pavilion 2024, Archipelagic Void, designed by Minsuk Cho, Mass Studies. Photo: Iwan Baan. Courtesy: Serpentine.
파빌리온에 설치한 음향 효과도 또 다른 즐길 거리다. 6채널 음향 설치 작품은 ‘범 내려온다‘로 잘 알려진 음악감독 장영규의 작품으로, 가야금, 거문고, 꽹과리 등 한국의 전통악기를 활용해 계절의 흐름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하이드 파크의 풍경을 표현했다. 오픈 행사 기간에 맞춰 파빌리온에서 여름까지는 ‘The Willow is(버들)’가, 가을 시즌부터는 ‘Moonlight(월정명)’가 흘러나온다. 한편 세계적인 큐레이터이자 서펜타인 예술감독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건축가의 대담도 마련됐다. 파빌리온 안팎에서는 시인과 무용가 등이 참여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될 예정이다. 예술가 헤만 총과 르네 스탈이 아카이빙 한 ‘읽지 않은 책들의 작은 도서관’과 카페, 이벤트 공간도 포함되어 있다. 이후 이 파빌리온은 음악, 시, 낭독, 무용 등 공연, 환경 및 기후 행동에 대한 홍보와 토론, 시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위한 플랫폼으로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