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크리처(The Creature)의 탄생

이민호·1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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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크리처(The Creature)의 탄생

문학이 전하는 환경에 관한 경고

이민호

“사방이 빙하로 꽉 막힌 상태에서 꼼짝없이 갇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안개까지 짙게 끼는 바람에 상황은 더욱 심각했죠. 배를 멈추고 기상 상태가 변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앞엔 울퉁불퉁한 얼음이 사방에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죠. 갑자기 이상한 모습이 주의를 끌며 우리의 근심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했습니다. 사람의 형상이라기엔 분명 너무 거대한 누군가가 저 멀리 얼음 사이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프랑켄슈타인 사진출처: 위키백과


1818년 SF 문학의 효시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현대의 프로메테우스(the Modern Prometheus)』와 마주하는 순간이다. 동시에 ‘괴물’(the monster), ‘악마’(the devil), ‘악령’(the demon), ‘비열한 놈’(the wretch)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창조물, 즉 ‘크리처’(the creature)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인류세’를 구가하는 자연의 지배자로서 인간 내면에 ‘불안’을 잉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인간 문명과 가장 멀리 떨어진 북극으로 향하는 서사의 단초는 실낙원 이후 인간이 겪는 디스토피아의 극명한 환경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오늘날 기후 위기와 겹쳐 의미심장한 문학의 출발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공상과학 소설의 맥락에서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 변화는 문학 속에서 ‘공포’의 수사학으로 점철돼 있다. 


대표적으로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살충제 때문에 새들이 사라진 절망적인 봄을 그린다. 이러한 디스토피아 시각은 기후 변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1993년 과학소설 『기억전달자(The Giver)』가 대표적이다. 통제사회를 배경으로 통일성과 효율성만을 지향하는 미래 사회의 비인간적 현실을 담는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 작품에서는 눈, 비와 같은 기후 현상은 사라지고 없다.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불편도 고통도 없는 상태를 가장 효율적인 환경으로 상정하고 환경을 인간 편의로 조작하기에 이른다. 이는 동시에 인간성 말살이라는 비극적 상황의 은유라 할 수 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의 『뉴욕 2140』 속 물에 잠긴 뉴욕의 가상도 사진출처: Orbit


이와 관련 현재 기후 문학이라 부르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하면서 기후 위기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기후소설이라 불리는 ‘Cli-Fi(Climate Fiction)’는 과학적 상상력과 담론을 바탕으로 환경 문제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 당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예측이 가능한 미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킴 스탠리 로빈슨(Kim Stanley Robinson)의 『뉴욕 2140』(New York2140)이 대표적이다.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물에 잠기게 되는 뉴욕시를 배경으로 지구 온난화, 환경 오염 등 기후 위기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기후 위기는 현실 문제이고 동시에 정치, 사회적 현안임을 부각시킨다. 


소설가 마가렛 애트우드(Margaret Atwood)


기후소설은 현재 디스토피아를 예상하는 시각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기후 위기는 디스토피아를 예측할 수도 있지만, 유토피아를 꿈꾸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합성을 유스토피아(Ustopia) 개념에 담고 있다. 마가렛 애트우드(Margaret Atwood)의 『매드아담(MaddAddam, 2013)』 삼부작을 들 수 있다. 인류세(Anthropocene)‘를 구가했던 기존 질서를 폐기하고 새로운 가치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자 한다. 권력욕과 성욕 등 온갖 인간 욕망을 드러냈던 세계에서 소수자와 공생하는 미래 공동체 세계를 제시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문학에서도 기후 위기를 주제로 삼은 시들이 줄을 이었다. 허수경의 「겨울병원」, 이재무의 「우리 시대의 더위」, 나희덕의 「빙하 장례식」, 류인서의 「눈」 등에서 인간 욕망의 폐해를 담아 기후 위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표명한다. 최근 소설에서도 외국의 흐름을 잇고 있다. 김초엽 장편 소설 『지구 끝의 온실 』(2021, 자이언트북스), 김기창의 단편 소설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2021, 민음사) 등이다. 대부분 암울한 미래의 비극적 종말을 담아 기후 위기의 불안과 공포를 서사의 중심에 두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후 위기 관련 문학 작품의 주된 전망은 종말론적 환경 위기 수사학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이중적이다. 환경파괴의 실상을 알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환경 보호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책임 의식을 고양시키는데 일조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 이면에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불안과 공포’를 피상적으로 자극하는 측면에서 부정적 양태를 낳고 있다. 종말론적 묵시록 속에서 개인의 죄의식, 즉 책임을 강조하고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다시 말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분석과 판단에서 벗어나 공상적 상상력 속에서 위안 삼으려는 현실 문제의 회피 심리를 강화하는 경우다. 이는 빅터가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하고서 자기 책임을 부인하고 괴물로 호명했던 것과 같다. 그런데 인류의 크리처는 괴물이 아니다.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의 부제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임을 생각한다면 기후 위기는 괴물의 탄생을 예고하기보다 헌신과 사랑의 공존을 위해 던져진 메시지가 아닐까.



이민호

1994년 『문화일보』 에 시로 등단했다. 그는 현재 김수영연구회장, 김수영기념사업회 상임이사, 종삼포럼 대표, 도서출판 북치는소년 대표직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참빗 하나』, 『피의 고현학』, 『완연한 미연』, 『토포포엠_그 섬』, 평론집으로 『한국문학 첫 새벽에 민중은 죽음의 강을 건넜다』, 『도둑맞은 슬픈 편지』, 연구서로 『김종삼의 시적 상상력과 텍스트성』, 『흉포와 와전의 상상력』, 『낯설음의 시학』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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